[다산칼럼] 금융이 국부를 창출할 때다

입력 2015-12-09 18:08  

미국 금리 인상 앞두고 불안한 경제
위안화 SDR 편입이 기회 될 수도
금융실력 발휘해 돌파구 열어야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



학위를 받고 돌아와 잡은 첫 직장인 은행연구소에서 겪은 외환위기의 경험은 강렬했다. 절대적인 존재로 여겼던 은행들이 문을 닫고, 수많은 동료가 직장을 잃는 모습을 속절없이 지켜봐야만 했다. 2015년을 보내면서 외환위기 때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그동안 시기만 기다려온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오는 16일 현실화하리라는 것이 악몽의 시작인 듯하다.

물론 한국은 다른 신흥국가에 비해 외환보유액이 충분해 외환위기 때와 같은 상황은 절대 맞닥뜨리지 않을 것이다. 단기적인 대외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9월 말 기준 32.5%이고 순대외채권 규모도 3129억달러나 된다. 여러모로 외환위기 때와 비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작금의 경제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세계적인 저성장 추세 속에서 지난해 국내 기업의 매출이 2006년 조사(통계청 기업활동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다. 무역액도 4년 만에 다시 1조달러 선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국내 산업 경쟁력이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라고 걱정하던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과 기술적인 면에서 모두 중국에 치받히는 ‘샌드백 신세’가 됐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주요 업종별 단체 및 협회 3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과의 기술격차에서 이미 추격당했거나 3년 내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단체가 거의 80%에 달했다고 한다.

실물경제도 걱정이지만 정작 걱정의 근원은 금융시장이다. 외환보유액과 같은 단기적 차원의 방어 준비는 돼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져올 글로벌 금융시장의 구조적 개편에 대한 대비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주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바스켓 통화 편입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본격적인 질서 재편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 방식을 바꾸고 금융시장 개방 확대를 부추기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미 이번 IMF의 결정과 상관없이 위안화의 국제거래는 계속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에 의하면 위안화가 세계 무역금융(신용장 개설) 통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1월 1.9%에서 올 4월 8.7%로 급상승하며 미국 달러(81.1%)에 이어 세계 2위 통화로 도약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경상수지 흑자는 외환위기 때와 정반대 방향으로 양날의 칼이 될 것이다. 지금은 미국 금리 인상 기대에 가려져 있지만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원화가치 절상과 통상 압박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지만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대외투자 규모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대외투자 규모는 지난해 1조820억달러에서 올 9월 말 현재 1조1380억달러로 늘었다. 외국인 투자가 작년 말 9944억달러에서 올 9월 말 9463억달러로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줄어드는 수익 창출 기회와 정부의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 등이 맞물려 해외투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돈으로 해외 어디에 투자해 얼마나 수익을 내는지다. 최근 글로벌 경제의 침체 국면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국가마다 재정적자가 쌓이고 있고, 부실한 기업에 부실한 금융회사가 속출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세계 시장을 개척한 수출역군을 중심으로 무역을 통해 지금의 국부를 만들어냈다. 이제는 금융이 제 역할을 다해 국부를 창출할 차례다. 위안화가 국제통화로 발돋움하는 현시점이 한국에는 커다란 기회가 될 수 있다.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와 중국과의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지렛대로 금융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짊어질 역군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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